금쪽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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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삶] 덕업교차 – 덕질과 마케팅 사이에서 살아가는 덕업 교차의 삶

금민 2025. 7. 9. 08:57

[먹고 사는 삶] 덕업교차 – 덕질과 마케팅 사이에서 살아가는 덕업 교차의 삶

“직업병”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에 짧은 영상 하나를 올렸다. 
그냥 게임을 하던 내 일상이 담긴 7초 남짓한 영상이었다. 편집도, 각본도 없었다. 
그런데 이 영상이 조회수 200만을넘겼다. 
SNS 외주 맡은 업체의 단순한 구인 게시글은 조회수 10만을 넘겼고, 정확히 34명의 무지성 악플을 받았다. 
악플도 관심이니 좋아해야 하는 건가. 놀라웠다. 이내 곧 분석을 했다.
조회수가 왜 터졌는지 도무지 알 수도 없었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만든 내 영상, 내가 올린 게시글임에도.

‘혹시 올린 시간이 알고리즘이 도는 타이밍이었나?’
‘해시태그를 뭘 붙였더라?’
‘댓글은 어떤 유형이 많지?’
‘어떤 성별에 많이 노출된 거지?’

콘텐츠 마케터로 살아온 습관인 걸까. 곧이어, 다음 콘텐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쯤 되면 스스로가 감탄스럽다. 그리고 이건 내가 취미조차도 일처럼 하는 방식이다.

“일하는 뇌, 퇴근 좀 시켜주세요.”

나는 브랜드, 콘텐츠 마케터이자 매일 밤 소환사의 협곡으로 떠나는 롤에 진심인 사람. 
그리고 T1 팬이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겨하고, 페이커와 오너의 경기를 챙겨 본다. 
심지어 페이커의 명언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선수들의 재계약 소식이 뜨자마자 ‘이건 유입 대박감’이라며 부랴부랴 글을 쓰고, 
의도했던 대로 유입을 300배 넘게 올렸던 날도 있었다. 
롤드컵 경기를 보면서도 “아, 이 장면은 리 컷해서 올려야겠다.” 
페이커의 연설을 들으며 “이건 카드뉴스 각이다.”라는 생각뿐이다. 
페이커의 이상형 인터뷰는 숏츠 소재가 되었고, T1 유니폼을 구매할 때는 ‘사이즈 선택 팁’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유난히 가을에 경기력이 뛰어난 T1의소식은 게시하기가 무섭게 조회수가 쑥쑥 오른다. 
롤드컵을 우승한 날 올린 블로그 글은 지금도 검색 유입이 꾸준하다. 
마케터가 취미를 즐기는 방법인 걸까, 뇌에 쥐가 날 정도로 박힌 지독한 습관인 걸까. 
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사용된 디자인과 구조를 뜯어보고, 
박람회에서 받은 리플렛에 사용된 폰트를 혼자 퀴즈 풀 듯 맞춰본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캡처해두고, 어떤 구성과 톤 앤 매너를 추구하는지 피드를 분석한다.
날이 좋아 가볍게 나간 산책길에 마주친 배너의 폰트, 구조, 내용 구성까지 분석하고 있다.
눈이 부시게 예쁜 풍경을 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눈을 뗄 수 없는 멋진 장면을 마주해도 이걸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스친다. 
24시간, 내 생각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심지어 하루의 마무리 루틴인 롤을 하면서도 ‘이 장면 영상으로 잘라야지, 썸네일은 이렇게…’
머릿속에 썸네일 구도와 카피 문장이 먼저 떠오른다. 
마케터의 뇌는 이렇게 24시간 소란스럽다. 내 뇌는 24시간 돌아가는 무인 공장 같다. 
정말이지 가끔은 전원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용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건 덕질일까 일일까”
요즘 대중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표면만 핥은 콘텐츠는 금세 들통난다. 
그래서 진심으로 좋아해야 하고, 매사를 진심으로 대하여야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진심을 담아 다뤄야 그 콘텐츠가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걸 깊이 파고들고, 혼자 알고 싶으면서도 자랑하고 싶고, 
몰입하느라 해가 떴음에도 피곤함을 잊은 상태. 
나는 일을 할 때도 취미처럼,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일처럼 하는 버릇을 가진 셈이다. 
나의 덕질, 취미생활을 관통하는 본질에 ‘진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미 생활에도 강박이 생기곤 한다. 그러다 지치거나 질려서 나가떨어질 때도 종종 있다. 
매일 조회수, 클릭률, 전환율, 도달 등을 체크한다. 
이까짓 숫자들이 뭐길래 나의 하루 기분과 컨디션을 좌우하는 걸까. 
나는 왜 이따위 데이터에 집착하는 걸까. 왜 전환율과 조회수가 나의 도파민일까. 
나는 그렇다. 취미도, 일도, 덕질도 단순하게 하는 법이 없다.

‘일할 때 덕질하듯, 덕질할 땐 일처럼.’
사실 이건 좀, 아니 많이 피곤한 삶이다. 
동시에, 지루하지 않으니 꽤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24시간 퇴근은 좀 어려워도 아무렴 어때. 괜찮다.
이번 생은 이렇게 살기로 했다. 덕업 교차, 그것이 나의 모습이자, 삶인걸.